지난 해 암호화폐 열풍이 불면서 코인 채굴자들도 늘어났습니다. 별다른 기술없이 장비만 갖추면 비교적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비즈니스입니다. 하지만 장비를 돌리는 전기세가 만만치 않기에 사람들이 쉽게 뛰어들지 못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습니다.
비트코인의 에너지 소비를 추적하는 디지코노미스트(Digiconomist)에 따르면, 비트코인 거래 1회 당 발생하는 전력으로 미국의 가정 33곳에 하루 종일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연구에 의하면 비트코인 채굴자들이 지난 해 소비한 에너지양이 전세계 159개 국에서 소비한 양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트코인의 에너지 수요가 지나칠 정도로 과해지자 이에 대한 저항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한전력회사가 환경 문제를 이유로 비트코인 채굴자에게 에너지 판매하는 것을 거부한 것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측에서도 전력소비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고요.
기존 방식이 전력을 많이 소모하는 이유
비트코인이나 기타 암호화폐는 왜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할까요? 문제는 새로운 코인을 만들고 시스템을 유지시키는 데 필요한 채굴 프로세스에 있습니다.
이 채굴 과정은 분산 컴퓨팅과 최첨단 암호화 기술을 사용해, 안전하고 조작이 불가하며 투명한 방식으로 거래 기록을 만들어 냅니다.
이러한 분산 원장 시스템에서의 거래는 은행과 같은 중앙기관을 거치지 않습니다. 대신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참여자들이 거래의 유효성을 입증하고 저장합니다.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사람들이 거래장부를 모두 분산해서 가지고 있다는 말이죠.
개인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평등한 탈중앙화 시스템이라는 개념 덕분에 비트코인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고, 이는 바로 블록체인 구조의 근간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들에게 이러한 검증 권한을 준다는 것을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블록체인의 구성원은 이러한 검증 및 저장 과정에 참여한 행위에 대한 혜택을 받아야 하는데요, 참가자들에게 인센티브가 지급되어야 합니다. 또 참여자들은 모두 결과에도 동의해야 합니다.
여러 블록체인 기술 중 가장 대표적인 비트코인의 경우, 작업증명(PoW, Proof of Work)이라고 알려진 메커니즘을 통해 합의가 이루어집니다. PoW는 가장 먼저 암호를 풀어야 하는 경쟁입니다. 네트워크 참여자 중에서 가장 먼저 암호를 풀어낸 사람이 거래 데이터의 다음 ‘블록’을 만들 수 있고, 이것이 블록체인의 이전 블록과 연결됩니다. 블록 생성자는 신규 발행된 코인에서 발생한 암호에 대해 보상을 받습니다. 이 과정을 채굴이라고 합니다.
결국 비트코인이라는 가상의 재화를 얻기 위해 채굴자들은 고성능의 컴퓨터와, 이를 운영할 수 있는 전력을 투자하는 셈이죠. 그리고 이런 비트코인 채굴에는 큰 비용이 필요합니다. 물론 초기 비트코인은 일반 데스크탑 PC로도 채굴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코인이 발행될수록 암호는 더 풀기 어려워졌고, 더 고성능의 컴퓨터와 이를 돌리기 위한 에너지가 필요해졌죠.
비트코인 채굴자들은 지금도 고성능 컴퓨터로 가득 찬 거대한 창고를 쉼없이 돌리고 있습니다. 여전히 비트코인의 가치는 광부들이 코인을 채굴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필요한 고성능 컴퓨터와 전기를 사용해도 남을 만큼의 충분한 보상을 줍니다.
비트코인의 또 다른 단점은 채굴 암호를 푸는데 필요한 시간입니다. 거래가 자리를 잡는 데에는 약 10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이는 비트코인의 가격이 하늘과 땅만큼 요동치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차세대 블록체인을 알아본다
다행히 최근에는 과도한 전력소비를 요하는 ‘채굴’을 필요로 하지 않는 블록체인 개발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차세대 블록체인이라 불리는 새로운 합의 메커니즘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지분증명 (PoS, Proof of Stake)
이 시스템에서는 구성원의 네트워크 지분이 중요합니다. 검증자(Validator)는 본인이 소유한 토큰(지분)의 갯수과 이를 보유하고 있던 시간을 고려해 추첨을 통해 정해집니다. 연산 장비 보다는 네트워크 자체에 투자하며, 일종의 담보로서 소유 지분을 올려 놓습니다. 이 과정을 단조(Forging)라고 부릅니다. 마치 쇠를 벼려서(forge) 칼을 만드는 것처럼요.
지분증명(PoS) 시스템에서는 네트워크 시작과 동시에 모든 코인이 생성되기 때문에, 검증자는 새로 생성되는 코인을 받는 것이 아니라, 거래 수수료를 통해 보상을 받습니다. 하지만 사기 거래를 인증하면 본인의 지분을 잃게 됩니다.
장점
단조에는 값비싼 장비나 에너지가 필요 없습니다. 또한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계산 작업도 필요치 않으므로 거래 검증도 작업증명(PoW) 시스템 대비 빠릅니다. 지분증명(PoS) 시스템은 (지분을) 오래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도 보상 받을 수 있습니다.
단점
토큰의 대부분을 소유하는 소규모의 그룹이 검증자가 되고, 해당 네트워크를 관리할 권한을 행사합니다. 즉, 작업증명(PoW) 방식보다는 덜 분산된다는 뜻이죠.
위임지분증명 (DPoS, Delegated Proof of Stake)
위임지분증명 시스템은 토큰 보유자들이 블록을 만들기 위해 그들을 대표할 사람을 선정하고, 대표자가 대신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지분증명(PoS) 시스템입니다. 각 토큰은 투표에서의 한 표와 같아서, 토큰을 많이 보유한 구성원은 대표자를 위임하는데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블록 생산자이기도 한 대표자도 토큰으로 보상 받습니다.
소실증명 (PoB, Proof of Burn, PoB)
지분증명(PoS)과 마찬가지로, 소실증명(PoB) 시스템에서는 앞으로 사용될 수 없도록 구성원들이 회수 불가능한 주소로 코인을 ‘버립니다(Burn)’. 더 많은 코인을 버릴수록 다음 블록의 유효성 검증자로 선정될 (그리고 보상 받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장점
에너지가 거의 필요 없으며, 장기적 관점에서 참여하는 편이 좋습니다.
단점
많은 코인을 버릴 수 있는 참가자에게 권한이 넘어갑니다.
공간증명 (Proof of Space)
용량증명(Proof of Capacity)이라고도 불리는 이 방법은 컴퓨터 스토리지를 리소스로 사용합니다. (플롯이라고 불리는) 기해결 연산이 각 노드에 저장되고, 채굴 소프트웨어는 각 블록을 단조하기 위해 자동으로 플롯을 읽습니다. 많은 솔루션을 저장할 수 있을수록 (즉, 더 큰 스토리지를 보유하고 있을수록) 주어진 블록을 검증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갖게 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경과시간증명 (PoET, Proof of Elapsed Time)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프로토콜은 시간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대기 시간이 각 노드에 무작위로 할당되면 최소 대기 시간을 가진 노드가 새 블록의 유효성을 검증합니다. PoET는 (비트코인과 같이 익명의 공개 블록체인과는 대조적으로) 구성원을 서로 알고 있는 승인된 블록체인에서 사용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장점
모든 사람들이 선택 받을 수 있는 동등한 기회를 지니기 때문에, 검증자 결정에 있어 보다 민주적인 시스템입니다. 경과시간증명(PoET)은 집중적인 연산이 필요하지 않으므로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며, 모든 전자기기나 가전제품에 들어가 있는 칩에서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